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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UX디자인, 인식부터 다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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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UX디자인, 인식부터 다시 하자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0.01.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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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UX가 무엇인지 알고는 있다. 하지만 실제 실무에서는 UX가 개발이나 디자인에 묻혀 종종 무시되곤 한다. 블록체인 비즈니스에서 정말 UX가 정말 중요할까?

2016년, 직접 겪은 일이다. 은행에서 직원들 우르르 나오더니 행인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사은품이 있으니, 앱 하나만 깔아 달라는 것이었다. ‘성냥팔이’도 아니고 ‘앱 팔이’라니. ‘도를 아십니까’와 ‘스티커 하나 붙여주세요’에 당해봤지만 이런 앱 다운로드 영업은 처음이었다.

창구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버린 은행원들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웠다. 은행원들이 길거리로 나가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2016년부터 비대면 계좌 개설이 법으로 허용되고 모바일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은행 경영진은 핵심 성과지표에 앱 가입자 수를 포함시켰다. 그래서 시중은행들이 2016년 1년간 개설한 좌 건수는 15.5 만좌였다.

그런데 은행들이 그렇게 원하던 성과를 단 12시간 만에 해낸 곳이 있다. 서비스 시작 12시간 만에 18.7 만좌 돌파, 카카오뱅크가 서비스 오픈 당일인 2017년 7월 27일 세운 기록이다. (참고로 카카오뱅크는 이어 닷새 만에 100만 좌, 한 달 만에 300만 좌를 돌파했다.) 카카오뱅크는 전국의 10만 은행원이 1년간 ‘앱 팔이’라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해내지 못했던 성과를 출시 첫날 12시간 만에 해냈다.

카카오뱅크가 잘한 건 무엇이었을까? ‘불편함의 해소’ 즉, UX디자인이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같지만 다른 은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차별화된 UX디자인이 핵심 전략임을 밝혔다. 시중은행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필자도 직접 사용해보았다. 가입부터 감격이었다. 쓸데없는 것들 다 걷어내고 가볍게 등록 플로우를 마쳤다는 데에 놀랐다. 전체적으로 정말 쉽고 편리했다. 그동안 사용했던 은행 앱들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다른 앱들이 잡다한 레이블을 화면에 구겨 넣는데 반해 말이다. 실제로 2019년 12월 30일 기준, 구글 앱스토어의 카카오뱅크 별점은4.7점이다. 반면 시중 은행의 별점은 3점 초반~후반 대이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과 콘텐츠를 가지고 있더라도, 소비자가 접점에서 느끼는 UX 구성에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과를 얻기 어렵다. 첨단 블록체인 기술이나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양한 기능의 단순한 사용성 혹은 서비스의 효용이 아니라 사용 자체의 긍정적인 경험과 의미이다.

2000년대 초반, 소니(Sony)와 애플(Apple)은 디지털-콘텐츠 서비스의 융합 플랫폼 시대를 예상했지만, 애플이 명실상부 글로벌 톱으로 떠오른 반면, 소니는 과거의 평판을 잃은 지 오래다. 이 두 회사의 희비는 통합 플랫폼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얼마나 매끄럽게 구축했느냐에서 엇갈렸다.

2000년대 후반, 싸이월드나 마이스페이스(MySpace)는 똑똑한 UX 디자인을 채택하지 않아 쇠락하게 되었다. 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사용자의 경험과 목적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지금까지 생존해 오고 있다.

2010년대 초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 TV사업은 실패했다. 시청자들은 익숙한 구식 리모콘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었고, 화면은 복잡해서 정작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통합 결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콘텐츠 경로별로 따로 결제해야 했고 영화를 보려면 몇 차례나 스크롤링을 해야 했다.

다른 산업보다 블록체인 비즈니스에서 UX는 더욱 중요하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아직 UX가 완벽히 형성되지 않았다. 대중에게 익숙하지도 않다. 그러기에 더 만전을 기해야한다. 이제 우리 회사가 ‘기능적 가치’만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또 ‘심미적 디자인’만 추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질문을 해보자.

만약 그렇다면 기업의 ‘비전 선언서’(Vision Manifesto)부터 수정해보자. 아마존은 ‘지구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된다’는 선언서로 세계 최고의 유통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쇠락한 유통기업 반즈앤노블스의 사명은 ‘최고의 전문 소매사업자’였다.

소니와 애플의 희비,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의 명암도 모두 UX에서 갈렸다.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지속경영을 위해 경영자가 UX 고도화의 쓸모와 그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판단해 전략적으로 충분히 이용한다면, 혁신적인 블록체인 기업으로 성공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글 위디딧 명재영 대표(UX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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