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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복지안동? 크립토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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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복지안동? 크립토뱅크!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1.10.0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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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욱태 블록웨어 대표

1998년 하반기, IMF사태 충격을 예상보다 빨리 극복하고 오히려 IT를 중심으로 急전환된 경제활성화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상황에서 필자는 국세청 개인정보보안 SI프로젝트에 투입 중이었다. 어느 날 고객측 업무파트너 A씨와 담소를 나누던 중 뜬금없이 ‘복지안동’이란 얘기를 들어봤냐는 질문을 받았다. A씨 자신이 경북 안동 출신이라고 소개를 했던 터라, 본인의 고향자랑 정도로 지레 짐작했는데 이어진 당사자의 독백은 의외였다.

“민간부문은 이렇게 급격히 변화하고 발전하는데, 공무원 조직은 복지부동이라는 비하를 듣고도 너무 안이하다. 변화하는 세상에 보조라도 맞추려면 복지부동이 아니라, 눈(眼)이라도 열심히 굴리는 伏地眼動이 되어야 할 것 같다”하며 멋쩍게 웃어 보였는데 그 울림이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9월 24일부터 시행된 (약칭) 특정금융정보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특금법)에 의해, 암호화폐 거래소 중 Big 4를 제외하고 고객의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나머지 거래소들은 결국 원화 취급이 중단되게 되었다. ISMS 인증 등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위한 나머지 조건만을 충족한 거래소들은 결국 원화마켓을 폐쇄하고 BTC마켓, ETH마켓 등 암호화폐 스왑 거래만 가능한 반쪽짜리 거래소로 格下되게 된 것이다. 이는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은행과 체결하지 못한 사업자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거래소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계좌를 발급한 은행에게도 공동 책임을 지우겠다는 규제당국 엄포가 은행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한 때문이다.

그렇다면 또한 규제당국이 무서워 소극적으로 거래소에 빗장을 건 은행들에게만 伏地不動이라는 주홍글씨를 낙인하여 매도할 것인가? 

사실 기존 Big 4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은행들이 거래소 고객들의 예치금으로 얻는 이익은 은행의 전체 영업이익에 비하면 미미하다고 한다. 반면 은행들이 감당할 부담은 거래소 사고발생 時 지게 되는 공동책임 外에도 당국이 가상자산에 대해 가지는 부정적 눈총까지 더불어 받는 단체 기합의 폐해도 포함하고 있다. 결국 準선진국이라는 위상에 어울리지 않게 대한민국 금융권에 내재된 관치금융 DNA가 발현시킨 퇴행성 기저질환 증후군일 뿐이다.

이제 관치금융의 기저질환을 완치하지 못한 규제당국, 그 당국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은행, 은행이 계좌를 발급해 주어야 원화거래가 가능한 거래소, 이런 [거래소↔은행↔규제당국]의 먹이사슬 內 개별 논점들을 통합해서 ‘전지적 필자 시점’의 암호화폐 생태계 발전방향을 제안해 보려 한다.


◆Crypto Bank(크립토뱅크)

지금처럼 고객의 암호화폐 실물과 예치금을 거래소가 관리 및 처분하는 상황에서 은행 밖(=거래소 內)에 있는 자산에 대해 공동으로 관리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국의 압박은 ‘권한과 책임의 일관성’ 측면에서 매우 불합리한 것이다. 그렇지만 당국 입장에서는 주식시장의 공시 및 외부 회계감사 의무도 없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암호화폐야 말로 리스크가 매우 큰 관리대상이다. 결국 낚시도구나 통발없이 고기를 잡으려고 고기가 지나다니는 물길 목을 지키듯이, 암호화폐가 실물경제로 전환되는 접점인 은행계좌를 통제하고 은행에게 관리 검증의 책임을 지워서 감독기관의 의무를 다하려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맨손잡이 어업을 고집하지 않고, 암호화폐 보관(custody)과 거래(trading)의 관리책임을 필요권한들과 함께 부여한 크립토뱅크를 통해 관리하는 방안은 어떨까? 즉, 증권사가 KRX(한국거래소)와 연결되어 거래의 중계만 할 뿐 매매 결과에 따른 주식의 계좌間 실제 이동은 KRX가 담당하는 것처럼, 거래소는 크립토뱅크와 연결되어 거래 중계를 수행하고 매매 결과에 따른 암호화폐 관리는 크립토뱅크가 담당케 하는 것이다. 

덧붙여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연결된 토큰 신규 상장 요청에 대해서도 프로젝트 검증과 상장(IEO) 심사를 크립토뱅크가 수행하고, 상장된 토큰을 활용한 다양한 파생 상품을 개발, 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조만간 현실이 될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의 travel rule(암호화폐 지갑 이동 時 수신 지갑의 신원확인-KYC-필수 정책) 수행도 연결된 거래소 고객들의 모든 지갑 정보를 크립토뱅크가 통합 관리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크립토뱅크 설립에는 당연히 금융권/감독기관/거래소 등 이해관계 주체들이 필수로 참여하여 SPC(특수목적법인) 형태로 설립 운영하는 등 추후 세부방안이 필요하다.

제도와 규제를 만드는 당국은 이처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생태계 물길을 틀어 막아 도도한 흐름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眼動해서라도 관리의무는 달성하고 업계 숨통은 틔워주는 적절한 정책을 입안하여 주기 바란다.

그런데 한편 이러한 크립토뱅크 운영제안이 블록체인 생태계의 “De-centralized” 근본 이념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퇴행적 발상이라고 우려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Centralized된 법정 통화와의 접점 부문(=원화거래)에서만 한정 적용하도록 하는 등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오히려 블록체인 생태계 활성화에 긍정적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본다. 

脫중앙화를 지향하는 BlockChaineer(블록체이니어)들이 스스로 ‘블록체이니즘 원리주의자’가 되어 현실과 담을 쌓기만 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의식의 中央化이자 고착화이고 타파되어야 할 信念的 기득권이 아니겠는가? 원칙을 버리고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을 궁극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실과의 전략적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생태계가 갈라파고스 제도처럼 고립되어 독야청청 할 것이 아니라, 금융과 세상을 혁신하고 풍요롭게 하는 우세種이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info@blockchai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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