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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의 코인 돋보기] 상장폐지에 대한 프로젝트와 거래소의 책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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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의 코인 돋보기] 상장폐지에 대한 프로젝트와 거래소의 책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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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1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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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 / 한국핀테크학회 회장
김형중은 1974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에 입학, 제어계측공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강원대에서 교수로 있다가 2006년 고려대로 이직해 블록체인학과를 만들고 암호화폐 등을 가르쳤다. 그는 한국핀테크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김형중은 1974년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에 입학, 제어계측공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강원대에서 교수로 있다가 2006년 고려대로 이직해 블록체인학과를 만들고 암호화폐 등을 가르쳤다. 그는 한국핀테크학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의 코인 단독상장 현황
2022년 3월 1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국내 거래소에서 살 수 있는 가상자산 중 상당수가 해외 거래소엔 상장되지 않은 '단독 상장' 가상자산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2021년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에 유통되는 가상자산 623종 중 해외 거래소엔 상장되지 않은 채 국내에만 상장된 가상자산은 전체의 65%인 403종에 달한다. 여러 마켓에 중복 상장된 수를 합하면 모두 1257개에 달한다.
 

2021년12월31일 기준 금융정보분석원 자료
2021년12월31일 기준 금융정보분석원 자료

2021년 하반기 153건의 신규 상장과 392건의 상장 폐지, 215건의 유의종목 지정이 이루어졌다. 지난 해 상장 폐지가 많았던 것은 특금법 시행의 영향 탓이 크지만 623종의 상장된 가상자산 대비 392종이 상장 페지 되었다면 이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장 폐지, 무엇이 문제인가?
상장 폐지가 많다는 것은 전적으로 프로젝트의 책임이다. 지금까지 프로젝트의 책임에 대한 언급 없고 거래소들이 뭇매를 맞았다. 거래소들이 갑자기 상장을 폐지한 게 빌미를 제공했지만 프로젝트가 투자자에 대한 신의성실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게 근본원인이다.

프로젝트는 투자자를 위해 자신들이 발행한 가상자산이 여러 거래소에 상장되게 할 책임이 있다. 백서를 만들면서 글로벌 가상자산으로 키울 것처럼 쓰고 거래소 한 군데 상장한 후 할 일을 다 했다고 손을 놓는 일은 투자자를 기만하는 일이다.

전세계를 통틀어 오로지 거래소 단 한 군데 상장된 가상자산이 글로벌 프로젝트로 성장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글로벌 코인을 만들려면 1급 거래소들이 서로 다투어 해당 프로젝트의 가상자산의 진가를 알아보고 상장하려고 안달이 나게 프로젝트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는 거래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거래소 문들을 두드리며 상장이 되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모든 프로젝트는 원래 단독상장으로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단독상장 후 다른 거래소에 상장시키려는 노력을 프로젝트가 멈추어서는 안 된다.

◆단독상장의 문제점
제일 큰 문제점은 단독상장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당 가상자산이 실패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다는 점이다. 코인마켓캡 등에서 상장된 거래소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실패가 예견된 가상자산을 계속 들고 있는 투자자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투자자들은 나홀로 상장 프로젝트 책임자들에게 단독상장의 상태를 시급히 벗어나도록 촉구해야 한다. 만일 단독상장이 지속될 경우 락(lock)이 걸린 가상자산을 바로 매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 백서에 들어 있는지 확인하고 없다면 그 프로젝트에 투자하면 안 된다.

단독상장 가상자산은 공정한 가격정보 오라클 생성이 불가능하다. 단독상장이므로 제3자가 가격을 조작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조작된 가격정보는 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분산금융(DeFi) 참여자들에게도 그렇다.

오라클 업체가 단독상장된 가상자산의 가격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금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단독상장은 초기 프로젝트 발굴 차원에서 바람직한 일이지만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한다면 거래소는 이런 프로젝트부터 상장을 페지하는 게 맞다.

◆거래소의 책임
지금까지 거래소들은 단독상장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프로젝트 발굴 찬스를 제공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후 계속 안주하면서 프로젝트를 키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을 높아져도 이는 그걸 방치하는 건 거래소들의 책임이다.

거래소들은 국내 프로젝트들이 글로벌 프로젝트로 성장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다. 거래소가 그 일을 직접 할 수 없지만 프로젝트가 글로벌 프로젝트로 성장하도록 만들 수는 있다. 왜냐 하면 거래소에 상장 폐지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는 그 권한을 잘 써야 한다.

거래소는 프로젝트를 상장시키면서 상장 플랜을 확인하고 그 플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약속 위반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유의종목 지정하거나 또는 상장 페지를 예고해야 맞다. 한국 프로젝트들이 거의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일정 부분 거래소의 책임도 있다.​​​​​​​

◆프로젝트의 책임

지금까지 애먼 거래소들만 몰매를 맞았는데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전적으로 상장 폐지의 책임은 프로젝트에 있다. 성공하는 프로젝트에는 다 성공의 이유가 있다.

국내 프로젝트로 가장 선두에 있는 게 요즘은 클레이튼(Klaytn)인데 거의 50여 개의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보라(Bora)도 최소 10개 거래소에 상장되었다. 코인마켓캡에서 클레이튼이 59위, 보라는 109위를 달리고 있다.

코인 같지도 않은 도지코인(Dogecoin)이 코인마켓캡에서 10위에 올랐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도지코인이 300개 이상의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이 코인을 상장시켜 달라고 요청하지 않아도 거래소들이 알아서 상장시켰다. 그게 도지코인의 훌륭함이다.

도지코인보다 좋은 프로젝트를 만들었다고 백서에 쓰고 어렵게 단독상장시켰다고 자축하기에는 이르다. 이런 프로젝트들이야 말로 지금 풍전등화와 같은 절박함으로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였다면 그런 프로젝트의 상장은 무책임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프로젝트들은 백서에 상장 플랜들을 담아야 하며 그 플랜을 지키지 못하면 상장 폐지를 감수하겠다고 거래소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백서에 열 개 이상의 거래소에 상장시키겠다는 야심찬 플랜을 담아야 한다. 또한 플랜대로 상장이 되지 않을 경우 락을 걸어 배분한 가상자산을 환불하겠다는 조항도 백서에 담아야 한다. 이런 각오로 뛰어야 프로젝트도 살고 투자자도 산다. 

​​​​​​​◆투자자의 책임
투자자는 프로젝트가 성공해야 투자금을 확보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도 프로젝트의 백서를 유심히 살피고 프로젝트를 격려하거나 압박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상장 플랜, 락이 걸린 가상자산의 환불조건 등을 백서에서 확인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고 투자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진다.

​​​​​​​◆금융당국의 책임
거래소는 상장 및 상폐 가이드라인에 단독 상장 후 일정 기한이 지나도 계속 나홀로 상장 상태일 경우 거래소는 해당 프로젝트의 상폐를 예고하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상폐한다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 금융당국도 일정 기간 동안 나홀로 상장이 지속되면 상장을 페지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이 점을 방치하면 금융당국도 직무를 유기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사실 이런 가이드라인이야말로 지극히 한국적인 것이다. 미국 거래소에서는 이런 나홀로 상장 프로젝트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의 플레이댑(PlayDapp)이 미국의 코인베이스나 크라켄에 상장되었다. 코인베이스가 유망하다고 여겨 이 프로젝트를 알아서 상장했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만 외칠 게 아니고 국내 프로젝트들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하는 게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일치한다고 본다. 그래서 옥석을 가리는 긍정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코인베이스를 예로 들어 보자. 아르고(Aergo) 코인도 약 20개 정도의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코인베이스 프로에 상장된 145개 가상자산 가운데 단독상장된 것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코인베이스에 단독상장된 코인이 존재한다는 것이 해외 토픽 감이 될 정도이다.

그런데 한국의 거래소들에는 단독상장된 코인이 너무 많다. 이게 기형적인 거다. 그런데 단독상장된 가상자산에 대해 여태 문제를 심각하게 지적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이것도 이상한 일이다.

​​​​​​​◆기획상장의 가능성
단독상장 프로젝트가 상폐를 피하기 위하여 여러 거래소에 꼼수 상장을 기획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그런 눈물겨운 노력까지 차단할 필요는 없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확상장의 여부는 모니터링해야 한다.

한 거래소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다면 기획상장의 우려가 있다. 또 거래소마다 가격 차이가 심하며 그 가격 사이의 유사도(correlation)가 낮으면 역시 면밀히 살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국가별, 거래소별 정책과 특성이 달라서 쉽게 기획상장이라고 판단을 내리는 건 위험하다. 기획상장일지라도 시도하는 걸 비난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게 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서는 상시 분석하는 게 필요하다.

​​​​​​​◆마치면서
디지털 월스트리트를 꿈꾼다는 한국이 단독으로 상장된 가상자산의 50%가 넘는 거래소 통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이런 사실을 한국의 가상자산 업계는 부끄러워 해야 한다. 국내 거래소에 623개의 상장된 코인 가운데 392개 프로젝트가 상폐되었다면 거의대부분 단독상장된 코인이었을 것이다. 단독상장 상태를 유지하다가 상폐되면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입히므로 빨리 나홀로 상장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결국 프로젝트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거래소에, 그것도 1급 거래소에 상장이 되느냐로 결정된다. 프로젝트 관계자들이 얼마나 열심이 뛰고 있느냐는 상장 거래소 수와 질에 의해 판정된다. 코인마켓캡에 2만 개 이상의 코인이 등재되어 있다. 명함이라도 내밀려면 적어도 10% 안에 들어야 하고, 두각을 나타내려면 5% 안에 들어야 한다. 성공한 코인이라는 말을 들으려면 1% 안에는 들어야 한다.

한국의 야심찬 젊은이들이 만든 프로젝트들이 모두 성공하여 한국이 디지털 월스트리트의 중심에 서는 날까지 함께 최선을 다해 달리며 서로 격려하면 좋겠다. 그러자면 단독상장을 시급히 탈피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info@blockchai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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