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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에 대한 몇 가지 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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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에 대한 몇 가지 가설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3.02.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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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연구센터 김형중 센터장

◆바이낸스의 비상 준비
서구 금융제벌의 출현 배경에는 전쟁이 있었다. 마이어 암셀 로스차일드는 나폴레옹 전쟁, JP 모건은 보불전쟁을 통해 성장했다. 격변기에 천재일우의 기회가 만들어진다. 닷컴 버블 격변기에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 출현했다. 암호화폐 출현 이후 작금의 격변기에 새로운 강자들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유니스왑, 써틱, 체이널리시스 등이 유니콘으로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테라-루나나 FTX는 추락했다. 다만, 바이낸스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바이낸스가 한국시장에 주목했다.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어 3대 암호화폐 시장이다. 전 세계에 달러마켓이나 엔화마켓 거래소들은 많지만 원화마켓 거래소는 오로지 한국에만 있다. 그 5개 원화마켓 거래소 가운데 하나인 고팍스를 바이낸스가 헐값에 인수하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바이낸스가 비상을 앞두고 있다는 신호로 보인다. 바이낸스가 지금 영위하고 있는 사업은 명백히 금융업이다. 기관들이 그걸 금융업이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규제 밖에서 바이낸스가 고속성장을 즐기고 있다. 규제 없는 야지에서 바이낸스를 키워주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규제기관들인 것이다. 그런데 야지에서는 아무리 성장해도 골목대장 또는 야쿠자 정도의 취급을 받는다. 금융재벌로 비상하려면 규제의 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규제가 거의 없는 나라에서는 바이낸스, 규제가 강한 나라에서는, 예를 들어, 바이낸스 유에스, 그리고 규제가 아주 강한 나라에서는, 예를 들어, 아폴로엑스가 영업을 하고 있다. 고팍스의 인수 배경에는 바이낸스가 한국의 강력한 규제의 틀 안에서 금융재벌로 비상할 준비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JP 모건이나 로스차일드는 아예 규제라는 아예 개념이 없을 때 거물로 자란 후 이제의 견고한 규제의 틀 안에 들어와 보호를 받고 있다. 바이낸스가 노리는 게 그런 것일 것이다.

◆바이낸스의 예상되는 행보
바이낸스와 바이낸스 유에스는 영업 방식에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코인힐스에 따르면 바이낸스에는 363개, 바이낸스 유에스에는 151개의 코인이 상장되어 있다. 그런데 바이낸스와 바이낸스 유에스는 오더북을 공유하지 않는다. 바이낸스에서는 마진거래나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하지만 바이낸스 유에스에서는 그게 허용되지 않는다. 바이낸스에서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사용이 가능하지만 바이낸스 유에스에서는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하다. 규제 때문이다.

고팍스를 인수했다고 해서 전북은행이 실명확인계좌 계약을 철회하거나 연장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인수했다고 해서 자금세탁방지 절차가 변경되거나 기능이 훼손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전북은행이 실명확인계좌 계약을 파기하거나 연장을 거부할 수 있다. 이때 인수의 주체가 바이낸스인지 바이낸스 유에스인지에 따라 전북은행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 바이낸스 유에스는 ① SEC의 강력한 규제를 받는 ②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에 대해 한국 기업이 비우호적 행위를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면 초기에 강력한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대폭 유치하려 할 것이다. 그럴 경우 경쟁 상대 거래소도 맞대응에 나설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도 독과점 비난을 받는 업비트는 억울하다며 수수료를 내리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인하하지 못하고 있다. 고팍스가 수수료를 내리면 업비트도 내릴 명분이 생긴다. 둘 다 내리면 다른 원화 거래소들이 비명을 지를 것이다. 이때 금융당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 지 궁금하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한 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한국에 위치한 고팍스인지라 지금처럼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결제가 불가하고, 스테이블코인의 인출이 막혀있고, 내국인만 상대로 영업을 해야 하는 등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한국 내 전체 파이 크기는 정해져 있고 규제는 여전하여 확장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물론, 바이낸스 유에스가 고팍스를 인수한다면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미국 정부가 경제호혜주의 원칙을 들어 한국 정부에 일부 규제를 철폐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직불카드를 쓸 수 있으니 한국도 그래야 한다거나, 바이낸스 유에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미국인들에게, 또는 적어도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런 규제 철폐 요구는 경쟁 거래소들도 바라는 바로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다.

◆한국 거래소들도 비상을 꿈꿔야
바이낸스 유에스가 인수한다면 사실상 미국기업이 되는 셈인 고팍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창구 지도가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규제당국 입장에서는 이게 가장 골치 아픈 일일지 모르나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 당면해야 하는 일이 조금 앞당겨졌다고 보는 게 맞다. 바이낸스 유에스가 아니라, 예를 들어, 코인베이스나 다른 미국 거래소가, 또는 미국 자본이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를 인수하러 들어올 수 있다. 국내 원화거래소들이 바이낸스의 국내 진출에 우려를 표할 수 있지만 굳이 반기를 들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규제 환경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거래소의 성패는 뭐니뭐니해도 유동성에 달려있다. 유동성은 거래소의 맷집과 비례한다. 규제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전에 거래소는 맷집을 불려야 하고, 동시에 규제의 틀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몸집을 불리지 않으면 본격적으로 규제가 적용될 때 많은 거래소들은 제2 또는 제3 금융권으로 전락할 수 있다. 한국은 투자자보호만 외치다 점점 더 가두리양식장처럼 디지털금융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 그래서 해외에서 몸집을 불리고 특히 미국시장에 진입해서 나스닥 상장을 도모해야 한다.​

바이낸스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는 배경에는 원대한 포부가 있을 것이다. 바이낸스에 야심 찬 계획이 없다 하더라도 국내 거래소들이 미래의 JP 모건 또는 골드만 삭스처럼 성장하고 싶다면 지금이 도약을 위한 적기이다. 크립토 윈터는 도약을 꿈꾸는 자에게는 호기이고 버티는 자들에게는 최악의 악재일 것이다. 

info@blockchain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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