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51 (목)

[에세이] 다시 떠나는 신세계행 전철 여행스케치
상태바
[에세이] 다시 떠나는 신세계행 전철 여행스케치
  • 블록체인투데이
  • 승인 2023.04.03 15: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봉길 밈비 이사 / 시인

“꿈같은 메타버스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이를 거머쥘 디지털독재시대도 시작되고.
그러나, 
지금 사는 곳이 바로 우리의 신세계다.
아름다운 ‘꽃과 벌과 나’부터 보존해야!”


◆삶은 누구나 신세계로 향한다
집 근처 전철역, 전철을 기다리며 이어폰을 익숙하게 낀다. 스마트폰 음악 앱을 열고, 오랜만에 드보르작 신세계교향곡을 듣는 것은 그냥 우연이었다. 전축 LP판이나 카세트테이프 녹음기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참 신세계다. 하, 새로운 세상! 다시 새롭게 느껴지는 음을 들으며, 고쳐 쓰는 마스크 틈새로 느껴지는, 내게만 들어오는, 좀 다른 공기 맛이다. 전철을   기다리는 모두가 마스크를 썼으니, 서로서로 못 알아보니, 나 혼자 공기를 마시는 듯하다. 마치, 내가 이 세상과 일대일 맞대응이라도 된 양, 우스꽝스럽게도, 그렇지만 엄숙하게도 나 홀로 남아있다는 잠깐 착각이 별별 신세계의 꼬리를 만든다. 
 
떠밀리듯 전철에 올랐다. 이미, 간신히 전철을 탄 사람들은,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하다고 외치는 사람처럼, 그래서 자신을 지켜야 하는 본능처럼, 조금이라도 서로 떨어지려 하는 것 같다. 이 세상을 뚫고, 저 어둠을 뚫고 가야 하는 이 전철에선 더욱 그렇다. 아무리 블록체인이니, 작업증명이니, 암호화폐니, 인공지능이니 하는 용어가 전철 소리보다 크게 들려도 벽을 더 높이 쌓으려는 사람 속에 있는 것 말이다.

그래도 그 벽에 부딪히고, 그다음 가시밭에서 자주 넘어지더라도, 몸과 마음은 저 신세계를 향해야 한다. 물론 나 먼저 더 좋게 생존해야 한다는 내 욕심 때문이리라. 이렇듯, 새로운 문명 요소들이 내 일부가 먼저 되고 있다는 착각 같은 즐거움에 신세계교향곡 한 소절을 따라 부르고 듣는 전철 안이다. 어쩌면, 저들 신세계와 다른 ‘그 착각’ 무엇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듯도 하지만.

갑자기 숨쉬기가 좀 불편해졌다. 서로 마스크로 가린 얼굴이 똑같아 보인다. 나도 똑같이 저들과 같다고 생각하니 숨쉬기가 불편하다. 나 먼저 마스크를 벗을까. 나는 이런 사람이요 하고 외칠까. 나도 진실한 사람이야 하며 외칠까. 그러면 저들도 ‘나도 그래’ 하고 마스크를 벗을까. 숨을 크게 들이쉬고 멈춘다. 5초 10초 15초. 휴, 천천히 내쉬며 보는 전철 세상은 조금씩 넓어 보인다. 역시 나도 이들과 함께 있구나! 하, 그래, 마스크를 벗지 않아도 돼. 변한 것이 없으니까. 전철 안에선 다 그런 거야. 아니 ‘세상은 뭐 그런 거야’ 하며, 눈을 감으며 슬쩍 웃어 본다. 이렇게 나는 조금 전보다 다른 내가 되어 가는 것인가. 아닐 수도 있는데,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가. 그러다 내 시간은 전철처럼 멈추다 가다 멈추는가.
 
속웃음을 멈추고 눈을 뜨면, 보이는 이 전철 안, 그래 현재다. 눈 감고 웃으며 보았던 세상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허상? 꿈? 허, 이럴 땐, 인간은 대부분, ‘누구나, 마스크 쓰듯, 이중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라고 우겨야 한다. 눈 감아도 믿고 싶은 진리 앞에선, 서로의 문제가 다르더라도, 뭐 다 그런 거라며 어울려 살아야 한다. 그러나, 눈 부라리며 내 시간 가치를 논하는 현실 앞에서는, 네 사정이 어떻든, 본능적으로 내 것부터 챙기는 게 생존법이다. 왜? 현실이란 나만의 법이 있어야 힘이 생기니까. 내가 곧 법이어야 하니까. 하하, 이땐 현실이나 신세계나 도토리 키재기다.

◆신세계로 가는 나의 걸림돌
기왕 듣는 신세계, 그 속으로 들어가 내 모습의 꼬리가 어떤지 확인해 보자. 전철 탈 때부터 몇 번이고 마스크를 고쳐 쓰고 써도, 마스크를 하게 만든 원인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때문이라는 엉뚱한 상상의 꼬리가 끊이지 않는다. 흔들리는 전철 바닥을 보며, 그 꼬리의 근원을 찾으며, 눈을 부릅떠본다. 고양이 꼬리 방울 쫓듯, 돌고 돌아 결국 되돌아오는 내 발 앞이다. 혹자는 양자통신시대가 되면, 생체통제시스템이 생길 것이라고 한다. 왜 생길까? 그래, 인간의 생체 변화를 미리 감지함으로써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으리라는 명분? 참 좋다.

그러나, 생체통제시스템은 자칫 일부 빅브라더스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들이 전철 바닥을 데구루루 굴러다닌다. 그래, 맞아, 발로 차버려야 해! 왜? 개인 자유를 억압할 테니. 세계 어디라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자유, 당신은 틀렸다고 말하는 자유, 뭐 이런 것이 금지될 수도 있으니 나부터라도 먼저 거부해야 해. 아니, 아니야, 이 길을 계속 가면, 나는 먼저 저쪽 신세계 곳곳에 도착한 자본가들 발에 걸려 넘어질지도 몰라. 그래, 그래 맞아, 그들 말대로 생체칩을 몸에 넣고 다니면 어디든 넘어지지 않고 무사통과할 텐데. 그래서, 그들 심부름이나 하면서, 그렇게 그들 밑에서 오락가락하면 편할 텐데. 

동전 양면 같은 자유와 통제 혹은 거부와 굴욕. 과연 나는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이도 저도 이 전철 안에서는 스스로 대답할 수 없어, 전철 천정을 보며 눈을 껌뻑거려 본다. 아, 눈이 뻑뻑하다.

어쩌면, 사회주의를 표방한 몇몇에 의해 독재 사회로 가는 것이나, 자본주의를 명분 삼는 몇몇이 우리를 통제되는 것이나 뭐 그게 그거다. 또 어쩌면,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이 인간을 먼저 통제하는 사회로 갈 수도 있겠다. 앞으로의 세상이 어떤 모양새가 되던, 나는 큰 힘에 따라 통제될 것은 자명할 듯하다. 참 신기하다, 흔들거리는 전철에서 넘어지지 않고 서 있다니 신기할 뿐. 누가 나를 잡고 있단 말인가. 그들이 나를 잡아주고 있는 것인가. 아닐 텐데, 그래, 아닌데.

이 전철을 내리기 전에, 나는 언제 즈음 어떤 방법으로 생체칩을 몸에 넣게 될까 상상해 본다.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테니까. 120년 전 드보르작처럼, ‘여기보다 멋질 수도 있다’라는 신세계에 먼저 도착하고 싶으니까. 그 신세계는 어떠냐고 묻는 이들에게 말해줘야 하니까. 기왕 나를 스치고 갈 거라면, 지금부터라도 받아들일 토론을 거듭해야 한다고. 그러면, 세상의 변혁 과정의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독백이라도 해야 하니까. 그래 이미, 나는 어떻게든 조정 당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디지털독재시대, 내 멋을 지키는 치사한 요령
하하, 별나라 같은 별별 상상의 꼬리 밟기 놀이가, 다시 듣고 싶은 신세계교향곡처럼, 멈추지 않는다. 그가 미국으로 가던 제국주의 시대처럼, 벌써 세계열강은 지구에 새 디지털 영역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와 개인주의이란 이념전쟁, 공산주의 자본주의의 재산전쟁, 내 배 먼저 채우기의 무역전쟁, 내 것이 더 멋지다 우기는 문화전쟁 등등 지구 나누어 갖기 전쟁을 넘어서, 인공지능 먼저 아니 생체칩 먼저 하는 디지털전쟁이 시작된 것.

결국, 이러한 전쟁을 몰고 다니는 것은 돈이었다. 너나없이 마구 찍어내는 화폐. 이는, 급기야는 화폐개혁이란 전통적인 방법 대신 정부나 민간기업에서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형태로 한꺼번에 진화할 것. 이는 개혁을 넘어 혁명이라 해야 옳을 듯하다. 그것도 인간이 의해 만들어진 컴퓨터 사용으로 만들어진 필연적 혁명. 이미, 이 디지털독재시대는 시작되었다. 

피부나 뇌 속에 생체칩에 들어가 개인을 통제하는 시대에 유통되는 암호화폐 혁명은 이젠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 칩들이 개인의 자유와 능력을 가치로 환산된 암호화폐만 인식하리라는 것 또한 신기하지 않다. 결국, 보이지도 않는 암호화폐가, 우리 눈과 귀와 느낌만으로, 그 의미만으로도, 어떤 가치가 오고 가고 할 것은 분명하다. 설상가상, ‘생체칩 결재’보다 오감을 넘은 육감이나 뇌파 또는 ‘생각’만으로 결재하는 저 ‘느낌 결재’의 날도 결코 머지않을 듯.

이러한 세계를 누가 원하는가? 몇 거대 자본가 세력들에 의해 움직인다고 하는 말도 있다. 뭐 그들이 미국 혹은 중국을 등에 업든 말든 상관없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게 될 테니까. 서로 먼저 저 디지털독재가 판치는 메타버스 세상에 도착하려 할 것은 분명하다. 누군가 딴청 피우며 말할 거다. 덜 통제받고 그래서 조금이나마 몸 편안한 자유를 누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내 욕심이 더 중요하기에, 내 생명이, 내 가족이 더 중요하기에, 그들 꼬리라도 밟고 다니는 게 욕심이 아니라고. 이것이 신세계로 갈 땐, 내 멋과 내 맛을 지키는 요령이라고. 그러니 얼만큼은, 최소의 양심만큼은, 요령 피우며 살아야 하는 것. 좀 치사하지만.

◆꽃과 벌과 내가 사는 곳이 신세계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태어난 사람은 모두 어떤 방법이든 일을 하는 만큼 살아가게 되어있으니, 새로운 노예가 될 필요가 있겠는가. 돈과 상관없이 행복한 일이 수없이 많은데, 지식보다 삶의 지혜로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데, 아니 미래엔 지혜조차 의미 없는데, 뭐 그리 아웅다웅 자본가니, 화폐개혁이니 암호화폐니 하는 것에 시간을 빼앗기며 살 이유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당연히 맞는 말. 이미 가지고 있는 것 쓰다가, 나누어도 주다가, 내가 아는 사람처럼 살면 되는 거, 마음 편히 세상 마감하면 되리라는 거, 이 얼마나 좋은가.

아, 그래 맞다! 

신세계 음이 멈춘다. 눈을 뜬다. 아, 나는 왜 이 전철을 타고 있는 것일까. 여기가 어딜까. 이 전철은 그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전철을 타고 팔짱을 풀며, 몸 구석을 만져본다. 팔 몇 번 주무르다가, 아 맞아, 내 몸이구나, 조금 더 세게 만진다. 몸 곳곳 저마다 응응 소리를 내며 웃는 듯하다. 나는 잠을 자지도 않고 꿈을 꾸었나 보다. 

허, 그것참! 순간, 전철 소리 따라 달아나며 낄낄거리는 꿈 조각들. 잠시, 스치는 쓴 내 맛 같은 것이 전철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팔딱거리며 웃는다. ‘그래,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런 거지 뭐’ 하는 맛. 그 많은 사람이 모두 느끼는 그 맛. 지금이라는 맛. 그냥 내 것, 내 시간, 나 자신만 느끼다가 즐기다가 어디든 내려놓는 거라는 맛.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가 생기리라 맛, 이 오늘은, 하하, 무엇을 해도 괜찮은 날인 듯하다.

마스크를 다시 슬쩍 벗었다 다시 쓴다. 고개 비스듬히 바라보는 전철 창 너머 산이고 들판이 들어온다. 아, 신세계다. 맞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그래, ‘행복이란 지금이다’라 외쳐야 한다. 하하하, 마음속에다 대고 외쳐댄다. 고개를 몇 번 돌리며, 자랑스럽게 마스크 속, 여러 모양 웃음을 지어본다. 그러다, 나는 어느 즈음, ‘아름다운 세상역’에서 전철을 내릴 거다. 그냥 보이는 돌, 풀, 꽃 뭐 이들과 이야기할 거다. 이 얼마나 기쁜가! 그 누가 만든 마스크, 이것을 쓰든 안 쓰든 상관없는 신세계니 웃을 수밖에.

◆세상 전철에는 신세계역이 없다
드디어, 어느 시골 전철역에 내렸다. 이곳이 나에겐 ‘신세계역’이다. 한발 두발 내디디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 손가락 사이로 작은 동산이 다가온다. 동산 위 구름이 눈부시다. 아, 저것도 내 것! 먼저 보고 손들었으니 내 것. 하하, 그래, 이도 욕심일까. 역시 내 욕심이 하늘을 찌르고 있음을 느꼈다. 아, 그렇지 않으면 어쩌랴. 살아있다는 사실이 그냥 욕심인 것을. 틀릴까? 틀렸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땅을 밟는다. 더 욕심을 부려 맨발로 다녀볼까? 오가는 사람이 안 보인다. 마스크를 벗었다. 내 구름이 속삭인다. 그건 틀려. 욕심이 아닌 그냥 ‘너’의 땅이라고. 그러니, 이미 더 자르고 줄일 의미가 없다고. 이제까지 줄이고 줄였으니, ‘너’ 같은 말만 남는 거라고. 마지막엔 ‘너’가 남을 거라고.

그래, 이제 세상이니 평등이니 자유니 블록체인이니 인공지능이니 사랑이니 눈물이니, 그래서 그런 뭐가 어떠니 하는 말도 비슷해진다. 들이쉬고 내뱉는 내 숨과 같아지려 한다. 하하하, 그게 뭐냐며. 남은 날 멋지게 사는 거와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며. 누구와 만나든, 그냥 ‘너와 나만 있네’ 하고 웃어야 하리. 그러니, ‘하하, 오늘은 여기가 신세계네!’ 하며, 그냥 웃고 놀다가, 마스크 얼굴도 내 얼굴이라며 만지기도 하다가, 내 맘 내 몸을 마음껏 섞어야 하리. 

오늘도 전철에서 눈뜬 채 꿈을 꾸었다. 내 마스크와 욕심과 꿈과 벌과 꽃이 하나 되는 즐거움을 잠깐 놓치고, 억지로 가본 디지털 놀이터 저곳은, 한 번 가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 바로 메타버스 세상일 것. 음, 그러니, 지금 내린 이곳이 곧 신세계다. 맞다. 이 세상 전철에는 신세계역이 없으니까. 하, 나는 가끔 전철을 타면, 이렇게 신세계행 꿈을 꾸고야 마는 것이었다. 

info@blockchaintoday.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