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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한국?… 법인 가상자산 투자부터 현물 ETF까지 다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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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한국?… 법인 가상자산 투자부터 현물 ETF까지 다 막았다
  • 디지털뉴스팀
  • 승인 2024.01.1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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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거래를 시작했지만 국내에서는 상장은 물론 거래도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ETF 거래 중개가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미국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을 투자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했지만 한국은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법인(기관)의 가상자산 투자까지 여전히 막혀 있다. 해외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으로 더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한때는 세계 1위였던 한국이 가상자산 시장의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지난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국내 증권사를 통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에 법적 불확실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금융감독원 역시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에 미국 비트코인 ETF 관련 상품 발표를 보류해달라고 권고했다. 해외에 상장된 ETF 거래를 금지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현행법상 ETF는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기초지수를 추종해야 한다. 자본시장법은 기초자산으로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 △신용위험 △기타 등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비트코인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위 측 해석이다. 비트코인 ETF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인데, 우리나라 법 테두리 안에선 비트코인은 기초자산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ETF의 상장뿐 아니라 거래 또한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는 금융투자상품 중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현행법상 비트코인 ETF는 금융투자상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앞서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됐을 당시 국내 법인도 증권사를 통해 비트코인 ETF에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그간 어려웠던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가상자산 투자가 간접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도 불가능해지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가상자산 진입은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국내 법인은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투자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021년 9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영업신고 이후 원화 취급이 가능한 '원화마켓' 거래소에선 법인의 원화입출금과 원화마켓 거래가 모두 막혀 있다. 사실상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빗썸 등 일부 거래소는 법인 회원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금법 상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지만, 거래소들에게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내주는 은행이 법인에게는 가상자산 투자용 실명계좌를 발급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정부가 금융기관의 가상자산 투자를 금지하는 지침을 내린 뒤, 그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불가능한데다, 국내 증권사를 통한 ETF 거래도 불가능해지면서 국내 시장이 가상자산 업계의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법인, 즉 기관투자자들의 진입은 흔히 시장 발전의 계기로 간주되며 간접투자 시장이라는 새로운 장이 펼쳐지게 되는데 국내에는 이 같은 발전 동력이 없는 셈이다. 국내에서는 개인들만 가상자산 거래에 빠져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선 마이크로스트레티지 같은 기업이 일찌감치 비트코인에 대규모로 투자했는데,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업이 나올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런 환경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가상자산 기업이 나오기 힘들고, 한때 거래량 세계 1위였던 한국 코인 시장도 개인투자자만으로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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